독일 현대 작가 유디트 샤란스키의 서사집 『잃어버린 것들의 기록』은 백과사전 형태로 역사 속에서 이미 사라진 12가지 사물을 기록하며, 기록 원칙과 이미 잃어버려 되돌릴 수 없는 기록 대상 간의 긴장을 형성한다. 본문은 책에 수록된 여러 이야기 작품을 분석하여 샤란스키가 모순 위에 세운 '기록시학'을 통찰한다. 지식 저장과 분류학을 원칙으로 하는 전통적인 기록 실천은 필연적으로 실패함이 증명되며, 시간의 기억 침식은 기록이 생멸 순환의 증인이 되게 한다. 기록에 시간 차원을 도입함으로써 샤란스키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속적으로 무너지고 재건되는 텍스트 폐허를 구축하며, 결국 기록의 사명은 보존이 아니라 허구와 책의 물질성을 통해 '잃음'을 감지 가능하게 하는 것임을 입증한다. 기록은 궁극적으로 세계의 축소 모델이 되어 그 붕괴와 재생은 만물의 흥망성쇠를 반영하며, '상실' 자체가 문명 연속성의 매개체가 된다.